성과관리 혁신의 핵심은 지속적이고 다면적인 피드백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민첩성, 생산성,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을 가리켜 상시 성과관리 혹은 애자일 성과관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상시 성과관리로의 혁신은 단순히 성과관리 프로세스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 행동의 변화, 조직문화 차원의 변화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IBM, GE, 마이크로소프트 등 혁신 성공기업들이 상시 피드백 환경 구축을 위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 솔루션과 툴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이 일상 업무 가운데서 실시간 피드백과 빈번한 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호에서는 성과관리 혁신 기업의 사례를 테크놀로지 관점에서 살펴보고, 상시 피드백 실천을 위한 테크놀로지의 역할과 함께 디지털 툴의 활용 방안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피드백 문화를 바꾼 '퍼스펙티브'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이 매니저와 주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2016년에 ‘커넥트(Connect)’라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학습하거나 개선해야 할 점을 시스템에 입력함으로써 매니저와의 미팅을 준비했다. 매니저는 최근 몇 개월간 해당 직원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한 후, 미팅에서 피드백을 공유하며 직원을 코칭했다. 피드백은 비즈니스 기여, 동료에 대한 기여, 동료 의견의 활용 등 5개 질문에 관한 객관식 응답(5점 만점)과 기타 의견으로 구성됐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에 새로운 동료 피드백 툴인 ‘퍼스펙티브(Perspective)’를 개발하면서 피드백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달리했다. 퍼스펙티브에서는 모든 직원이 자신이 원하는 동료에게 직접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으며 피드백은 실명, 실시간으로 본인에게 직접 전달된다. 이와 함께 기존의 수치 척도 대신, 지속(keep doing)과 재고(rethink)라는 두 가지 범주에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workplace analytics)의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직원에게 의미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이 같은 기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구성원들이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을 접할 때 많이 배우고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GE, 앱에서 출발해 시스템 통합으로
GE는 등급제를 폐지하고 상시 피드백 제도를 도입하면서 ‘PD@GE’라는 앱을 활용했다. 앱의 기능은 크게 매니저와 직원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기록하는 터치포인트(touchpoints)와 상사, 동료, 부하직원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요청 또는 제공할 수 있는 인사이트(Insights)로 구분된다. 단순한 피드백이 아닌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통찰을 주고받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인사이트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앱 상에서 피드백을 줄 때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을 말해 주는 지속(continue)과 달리해볼 것을 제안하는 고려(consider), 2가지 관점에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했다.
터치포인트는 연초에 개인 목표의 우선순위에 관한 대화를 시작으로 연중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연말이 되면 앱은 일 년 동안 발생한 터치포인트와 인사이트의 내용을 자동으로 분석해서 의미 있는 키워드가 담긴 요약보고서를 제공한다. 요약 보고서는 직원이 매니저와 함께 한 해 동안의 기여와 성장을 리뷰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승진, 보상 등 의사결정의 근거 자료가 된다.
GE는 PD@GE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약 150여개의 HR 관련 툴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이것을 하나의 플랫폼(Workday HCM)으로 통합했다. 시스템 통합을 통해 인사 업무를 더욱 자동화하고 매니저들의 팀 개발 및 관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피드백 데이터에 기반한 IBM의 인재 관리
IBM은 비즈니스 혁신의 기로에서 평가보다 피드백에 초점을 둔 ‘체크포인트(checkpoint)’라는 새로운 성과관리 시스템을 내놓았다. 체크포인트에서 직원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체크포인트 트래커(checkpoint tracker)를 사용해 업무 목표와 진척도를 관리하며, 매니저와 진척 상황에 관해 수시로 혹은 주기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
IBM 직원들은 ACE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 미팅, 프로젝트 완결, 이슈 해결 등의 업무 흐름에 맞춰 동료들과 손쉽게 피드백을 교환할 수 있다. ACE는 인정(appreciation), 코칭(coaching), 평가(evaluation)의 약자로, 각각은 직원의 성과와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피드백의 3가지 유형이다. ACE 사용자들에게는 피드백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학습 툴도 제공되고 있다.
최근 들어 IBM은 피드백 데이터에 애널리틱스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인재관리에 관한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를 통해 매니저는 어떤 직원이 가장 높은 급여 인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직원은 학습이 필요한 스킬과 경력목표를 추천받을 수 있다.
상시 피드백 실천을 위한 테크놀로지의 역할
마이크로소프트, GE, IBM 등 혁신 기업들은 새로운 성과관리 철학을 반영한 디지털 툴의 개발과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목표 수립, 중간 점검, 연말 평가 등 특정 시기에만 사용되는 기존의 성과관리 IT 시스템으로는 상시 피드백 실천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 사례에서 상시 피드백 환경 구축을 위한 테크놀로지의 역할은 크게 <그림 1>과 같은 3가지 요소로 나타난다.
우선 테크놀로지는 피드백의 효과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뇌신경과학은 인간의 뇌가 피드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명확한 사고나 새로운 학습이 어려운 위협 상태(threat state)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내용이 모호하거나 원하지 않았던 피드백은 뇌의 투쟁 또는 도피(fight-or-flight)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상대의 무시나 저항을 초래하기 쉽다. 이것은 피드백의 효과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원인인 동시에 조직의 상시 피드백 문화 구축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커넥트 시스템 하에서 매니저가 동료들의 피드백을 먼저 검토한 후 이를 정제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으나 이러한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이후 Microsoft는 사람들이 피드백을 ‘요청’하는 행동을 할 때 뇌가 보다 수용적인 상태로 바뀐다는 점에 주목해, 두뇌 친화적인 피드백 행동을 촉진하는 새로운 툴인 퍼스펙티브를 개발했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하고, 원하는 유형의 피드백을 입력할 수 있게 하자, 직원들은 위협감을 덜 느꼈을 뿐 아니라 피드백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같은 이유로 GE나 IBM의 피드백 툴도 피드백 요청 기능과 함께 피드백 유형을 설정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또 다른 역할은 지속적인 피드백 교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상사와 직원이 1년에 1~2번 만나 주고받던 피드백을 동료들과 일상 업무 가운데서 빈번하게 주고받는 것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일과 같다. 그런 점에서 메신저와 같은 소셜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비대면으로도 피드백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업무 중에 실시간으로 주고받은 피드백 자료는 실제적일 뿐 아니라 연말 평가에서 자주 발생하는 기억의 오류가 적은 신뢰도 높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매니저와 직원 간에 의미 있는 대화도 촉진할 수 있다. GE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실시간으로 축적된 개인별 피드백 데이터를 분석해서 직원 성과와 성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주는 것 역시 테크놀로지의 영역이다.
팀 수준, 조직 수준의 피드백 데이터에 테크놀로지를 접목하면 훨씬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팀 수준의 피드백 데이터는 리더의 역량뿐 아니라 리더십 유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리더십 개발의 방향을 수립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조직 수준의 피드백 데이터는 조직의 피드백 문화와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GE나 IBM 사례에서 보았듯이, 피드백 데이터를 활용하면 보상, 승진 등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학습 지원, 경력 개발과 같은 인재 관리 영역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테크놀로지는 피드백 데이터에 기반한 개발과 개선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머신러닝, 자연어처리(NLP) 등의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테크놀로지의 이러한 역할은 점점 더 확대될 전망이다.
상시 피드백 툴 도입 및 활용을 위한 고려 사항
코로나 이후 비대면 근무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상시 피드백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환경이 더욱 중요해졌다. 상시 피드백 툴의 개발 및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면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다음 세 가지를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
첫째, 피드백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피드백에 대한 오너십(ownership)을 어떤 형태로 줄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개발 혹은 도입 예정인 디지털 툴이 피드백 요청을 지원하고 있는지, 직원이 필요로 하는 피드백 유형을 설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지속’이나 ’고려’ 같은 피드백의 유형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느껴진다면, 팀 수준에서 사전에 합의한 구체적인 피드백 기준(예: 스피드, 정확성)을 앱 상에 공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둘째, 피드백 활동이 업무와 분리되지 않고 업무의 흐름 속에 통합되도록 직원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만들어 봐야 한다. <그림 2>는 모바일 피드백 앱을 활용했을 때 팀의 상시 성과관리가 이루어지는 시나리오를 예시로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통해 툴이 직원들의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촉진하는지 검토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드백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툴 도입 전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애널리틱스와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는데 조직 내에 데이터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업무용 메신저를 피드백 툴과 구분해서 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R 전문가 조시 버신(Josh Besin)은 성과관리 테크놀로지 도입을 위해선 먼저 우리 팀, 사업부, 조직에서 성과가 의미하는 바가 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게 공감하는 바다. 솔루션 도입이 성과관리 혁신의 성공을 보장해 줄 순 없겠지만, 우리 조직의 '성과 철학'을 뒷받침해 주는 툴이라면 구성원과 조직이 상시 피드백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충분히 넛지(nudge)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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